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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미학사에서 미를 연구하는 흐름은 크게 객관적 존재로서의 예술작품, 즉 미적 대상의 관점에서 미를 연구하는 입장과 감상하는 주체측에서 미적 대상을 바라보는 주관적 미에 관한 연구로 구분된다. 주관적인 미에 대한 연구는 주로 우리가 미로 지칭하는 아름다움을 넘어 즐거움이나 쾌감을 주는 대상까지 모두 미적인 것으로 간주하여 미의 개념을 확장시켰다. 이후 미적인 것의 체계를 조직하는 다양한 미적 범주론이 생겨났다.
복식을 하나의 미적 대상으로 간주할 때 이를 향유하는 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복식미는 여러 미적 범주로 설명할 수 있다. 복식미를 설명하는 미적 범주로는 크게 미, 우아, 우미, 숭고, 비장, 골계, 추, 고전미 등이 있다.
미
미 (美, beauty) 미적인 것, 즉 광의의 미의 한 범주로서 협의의 아름다움을 뜻한다.
이 좀은 의미의 미는 대상 자체에 내재하는 객관적 성질로, 규칙적 배열, 적절한 비례, 부분
간의 조화, 절도의 유지 민 균형을 통해 획득되므로 고전적 형식미라 불린다. 협의의 미는 합리적이며 분석적. 이성적 미의 특징을 지니며 법칙에 의한 미라는 점에서, 자유로움에서 비롯되는 `우아(grace)’와 대립된다. 종래의 복식미 역시 협의의 미에 국한되는 것으로 여겨져 왔으며, 균형, 비례, 리듬 등이 협의의 미를 구현하는 대표적인 복식디자인의 원리로 활용되고 있다.
우아
협의의 미가 엄격한 규칙에 따른 형식미를 추구한다면, 우아(優雅, grace)sms 특별한 법칙이 없이 자유로우면서 즐거움을 주는 것이다. 펠리비앵은 우아를 *정신을 통하지 않고 마음을 사로잡아 즐겁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립스는 미와 우아는 서로 별개의 것이며 미가 법칙에 의해 즐거움을 주는 반면, 우아는 법칙이 없이 즐거움을 준다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우아는 무의식적이며 무의지적인 미라고 할 수 있다.
우아의 형식적인 특성은 유언하고 자유로운 파상적 곡선 운동에 있다. 우아의 예는 유기적 곡선의 화려한 꽃 모양과 파상 무늬가 특징적인 18세기의 로코코 시대의 가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복식에서 우아미를 드러내는 요소는 화려한 꽃무늬, 러플과 프릴, 많은 리본 장식과 레이스 등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미
우미(優美, comeliness, elegance)는 우아와 유사한 범주이다. 우아가 정신적인 측면보다는 감성적인 면이 강조되는 미로서 *엘레강스* 라고도 한다. 우미의 특징은 섬세함과 연약함으로 다음에 소개할 숭고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복식미에서 우미는 장식적인 측면과 절제적인 측면을 포괄하고 있으나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조화미를 중시했다. 고급스러움과 세련됨, 품위, 섬세한 여성성 등의 특성을 갖고 있어서 시크(chic)라고도 한다.
숭고
숭고(崇高, the sublime)는 원래 높이를 의미하며, 고대에는 장엄, 장중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었다. 숭고는 인강이 대상에 압도됨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오히려 자아를 고양하면서 쾌와 불쾌가 혼합된 긴장감을 느낄 때 나타난다.
복식에서 숭고미는 주로 인간의 위엄과 지위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복식을 이용할 때 추구되는 미적 범주이다. 주로 수직적 강조, 면적의 강조 등의 복식으로 신체를 과장되게 장식하여 표현한다. 예를 들어, 르네상스 시대의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목둘레에 거대한 러프를 둘러 지위와 힘을 과시하고 했고, 헨리 8세 역시 의복의 안쪽에 패드를 대어 복식을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남성적인 힘과 권위를 과시했다. 2018 FW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빅터 앤 롤프는 여러 개의 칼라와 라펠을 중첩시켜 마치 르네상스의 러프와 같은 효과를 줌으로써 상체를 강조하여 위엄과 권위가 느껴지는 슈트 스타일로 숭고미를 나타냈다.
비장
비장(悲壯, the tragic)은 앞서 설명한 숭고미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비장 역시 쾌와 불쾌라는 상반되는 감정이 혼합되어 있지만 여기에 인간의 고뇌가 더해져 가치가 상승된 것을 말한다. 즉, 연극이나 소설을 볼 때 인간의 존엄성이 침해되고 좌절되는 장면에서 슬픔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치열한 고뇌에 의해 가치나 감정이 강화되거나 고양되면 비장미가 유발된다.
복식에서 주로 신체적 고통을 수반하는 문신, 상흔, 변형으로 인한 장식이나 성직자 복식 등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현대 패션에서는 그런지 룩(grungy look)등이 이 범주에 속한다. 그런지 룩은 인간의 가난, 빈부의 차이에 대한 저항의 표현으로 초췌한 얼굴 화장, 검은색의 헐렁하며 남루한 옷차림으로 인간의 고뇌를 표현한다.
골계
골계(滑稽, the comic)미는 의외성과 관련된 희극적인 미적 법주이다. 기대와 다른 모순된 현실에 부딪혔을 때, 그 의외성 때문에 느껴지는 놀라움이나 환멸감 등의 불쾌감이 유희적 태도에 의해 극복되면서 느껴지는 미적 쾌감이다. 골계미를 불러일으키는 대상의 외형적 특성은 기이한 형태, 착오적인 행동이나 동작이며 내용으로는 기지, 풍자, 아이러니, 유머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유희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으면서 의외성이 느껴지는 것이 골계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복식에서는 과장된 분장과 알록달록한 색채의 어릿광대 복식이 골계미의 대표적인 예이다. 현대 패션에서 골계미는 유방이나 엉덩이를 과장되게 표현하거나 빨강, 파랑, 노랑 등의 원색을 패치워크하며 키치(kitsch, 저속한, 예술적 가치가 떨어지는)적인 느낌으로 표현하는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추
추(醜, ugliness)는 좁은 의미의 미에 대립되는 범주이다. 그러므로 협의 미를 추구했던 고전적 미학에서는 추를 미와 관계가 없거나 거리가 먼 것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추에 대한 반응은 미적인 것에 대한 반응과 같은 매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지며, 때로는 그 충격효과가 하나의 미적 범주로 성립한다. 추는 시각적인 충격이 크기 때문에 미가 주는 만큼의 쾌감을 주며 오히려 활기와 생동감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추를 느끼게 하는 미적 대상의 형식적 특징은 불명료하거나 왜곡된 형태를 갖고 있으며, 일정한 규칙이 없고, 요소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복식에서 추는 기존의 미적 규범을 일탈하고자 했던 핑크 패션이나 보편적인 상식을 뛰어넘는 파괴적인 성향의 해체주의 패션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다.
고전적 미
문학작품이나 예술 분야에서의 클래식은 작품의 수준이 보장되는 고전을 의미한다. 고전적 미의 특징은 조화와 절도, 균형과 고요함이다. 이에 따른 고전적, 혹은 고전주의적 미의 특성은 올바른 비례, 부분들의 조화 절도의 유지에 달려 있다. 또한 고전적 미는 사물의 본성 속에 내재하고 있는 객관적 성질로 인간의 창의나 인습과는 무관하며 본질적으로 불변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는 연구하고 경험하여 알아내는 지식적인 측면이 있고 일반적 규칙에 복종한다. 이와 같은 특성으로 미루어 보면 고전적 미는 협의의 미 개념과 거의 일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복식에서 클래식은 패션의 변화와는 관계없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타일을 일컫는다. 현대 복식에서 고전적인 미는 인체미를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스타일로, 절제된 재단으로 단순함과 조화를 이루는 복식에서 발견된다. 기본 양식은 그리스와 로마에서부터 나타난 H 실루엣 등에서 유래했다. 대개 합목적성, 적합성, 실용성을 미적 가치로 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앞에서 협의의 미의 예로 들었던 샤넬의 트위드 슈트와 남성 정장을 비롯하여 리틀 블랙 드레스, 버튼다운 셔츠, 트렌치코트, 진주목걸이, 블레이저, 펌프스 등이 있다
본문 중 발췌 --- 패션디자인, 권유진. 최선영 공저. knou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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